겉으로는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공정하지 않은 제도

한국에 혼자 남아서 여름방학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큰 아들이 친구와 함께 인천에 있는 민들레 국수집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곳에서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도우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모양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녀석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고 하니 무척 다행스럽다.   녀석은 자본주의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라도 있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봉사와 기부 활동에 나서야 하며,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가들도 직접 그런 곳에 가서 실상을 느끼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아들 녀석의 말을 듣고보니 현재 그 녀석이 느끼는 우리의 경제 시스템이 다음과 같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8명의 왕자를 둔 한 왕이 죽기 전에 유언장을 남겼다.    왕은 사후에 자신의 재산을 8명의 왕자가 공평하게 나누어 갖기를 원했다.   그래서 큰 아들에게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제안하도록 하고 8명의 왕자 중 과반수 이상의 합의를 받아서 실행에 옮기도록 했다.    만약 과반수 이상의 합의를 얻지 못하면 큰 아들은 재산 분배의 권리를 상실하고 왕실에서도 쫓겨나게 하였다.    그렇게 되면 둘째 아들이 재산 분배안을 만들어서 제안하고 7명 왕자의 과반수 합의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도 합의를 얻지 못하면 둘째 아들도 쫓겨나고 셋째 아들이 안을 만들고…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도록 하였다.    따라서 재산 분배를 제안하는 아들은 과반수 합의를 얻기 위해 공정한 안을 만들어야 한다.   과반수 합의를 얻지 못하면 한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서열이 낮은 왕자들에게도 재산 분배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매우 공정한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Game Theory를 이용해서 자세히 분석하면 서열이 낮은 왕자들에게 너무나 불리한 제도이다.    그러면 큰 아들이 확보할 수 있는 재산의 최대 규모는 얼마나 될까?

큰 아들은 셋째, 다섯째, 일곱째 아들에게 최소 금액을, 나머지 아들들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아도 된다.    큰 아들이 거의 모든 재산을 독차지 할 수 있다.    왕자들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면 (한푼도 못 받는 것 보다 조금이라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합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이렇게 불공정하게 배분해도 셋째, 다섯째, 일곱째가 합의해 주고 큰 아들 자신의 찬성으로 4-4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우선 서열이 높은 왕자들이 합의를 얻지 못해 전부 쫓겨나고 7째, 8째 왕자만 남았다고 가정하자.   이런 경우 7째 왕자는 무엇을 제안해도 된다.   8째 왕자가 거부해도 7째 왕자의 안은 자신의 찬성으로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8째 왕자는 7째 왕자가 제안하는 상황은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려고 한다.   따라서 왕자 두 명만 남는 이런 상황까지는 웬만해서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면 6째, 7째, 8째 왕자만 남았다고 하자.   6째 왕자는 8째 왕자가 웬만해서는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8째 왕자에게 최소 금액을 배부하는 안을 제시할 수 있다.   물론 7째 왕자에게는 한푼도 줄 필요가 없다.   그래서 2-1의 찬성 합의를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래서 7째 왕자는 3명의 왕자만 남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한다.   그러면 5, 6, 7, 8 왕자가 남는 상황을 보자.    5째 왕자는 7째 왕자가 웬만하면 합의해 줄 것을 알기 때문에 7째 왕자에게만 최소 금액을 분배하고 나머지 왕자들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는 안을 만들어도 된다.   7째 왕자의 합의만 받아도 2-2 찬성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분석해보면 첫째 왕자는 셋째, 다섯째, 일곱째 왕자들에게만 최소 금액을 배부해주고 그들에게서만 합의를 받으면 된다.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과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중소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저평가된 환율,  시장 지배력,  IT,  경제적 집중 현상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겉으로는 공정하게 보이는 제도나 과거에는 공정했던 제도들이 더 이상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공정하게 과반수의 합의를 받았다고 해도 힘있는 첫째나 대기업들이 전부 차지하는 제도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법이나 규정만 따지지 말고 분노에 찬 어린 왕자들이 들고 일어나기 전에 베풀어야 한다.   어린 왕자들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판단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감정적인 판단을 하게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Source:  The Patriarch’s Will – a game theory puzzle

겉으로는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공정하지 않은 제도”에 대한 2개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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