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대표들

지난달 구제금융을 요청하러 미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던 미국 자동차 3사 대표들이 청문회에서 한 발언 내용을 보면, 이들이 과연 능력을 제대로 갖춘 경영자들인지 의심이 간다.     부실에 빠진 자동차 3사에 대한 비난 일색인 유권자들을 의식해서 이들 경영자를 엄하게 추궁하려고 의원들이 잔뜩 벼르고 있던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면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의 발언 내용을 보면,

  • 의회 출석을 위해 전용기를 이용한 것에 대한 비난에 대해, 이들은  회사의 안전 규정은 CEO로 하여금 전용기로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았다.
  • 의원들은 과거 1970년대 후반, 연봉을 1달러로 낮추고 강한 구조조정을 단행, 크라이슬러를 재기시킨 리 아이아코카 전 크리이슬러 CEO의 사례를 거론하며 혹시 그가 그랬듯이 연봉을 1달러로 할 생각은 없느냐고 강하게 추궁했다.    이에 대해 앨런 멀럴리 포드 CEO는  즉각 거절했다.  멀럴리는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만 22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릭 웨고너 GM CEO 역시 “이미 자발적으로 연봉 50%를 삭감했다”며 이 외에도 다량의 GM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회사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웨고너의 2007년 보수는 1570만 달러였다.
  • 이들은 잘못된 경영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특히 GM 회장은 “비판론자들은 그동안 자동차업계가 혁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고,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 왔는지 애써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이런 자세는 의회 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초래하였고,  자동차 3사를 파산시켜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시켰다.   비난 여론이 일자,  이들 자동차 3사 경영자는 12월 4일에 열린 두번째 청문회에 참석하면서 11월과는 완전히 다른 자세를 보였다.  

  • 이들은 10시간 넘게 자동차를 타고 의회 청문회에 참석했다.
  • 회사 전용기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 이들은 자동차 업계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연봉을 $1만 받겠다고 했다.

만약 이들 경영자가 11월 청문회에서 이런 자세를 보였다면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그렇게 심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구제금융을 비롯한 지원책이 일찍 결정되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분위기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면,  지금 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파산 위기에 처했는지 알 것 같다.   

이 사례를 보면서 경영자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경영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해서 문제를 아주 크게 만드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대표들”에 대한 7개의 응답

  1. 멋진 insight 잘 읽었습니다. 트랙백 기능을 찾을수가 없어서 제 블로그에서 reference posting만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 인식의 문제였던것 같습니다. 미국 자동차 3사 CEO들은 자신들이 전용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는것은 당연하고 그리 특별한것이 아니라고 인식했었을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기회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것을 배운것이 되겠죠.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중고등학생이 핸드폰을 가지는것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인식하지만, 다른 후진국에서 볼때에는 상당한 사치로 보일것과 다르지 않는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더이상 어떻게 더 절약하면서 사느냐고 투정부리고 있을때, 경제적 여건이 못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자녀들의 핸드폰과 같은 사치품부터 없애라고 충고해줄지도 모를일입니다.

  3.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반성하는 척 했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

  4. 경영자는 솔선수범해서 기업이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합니다. 기업이 잘 안되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CEO 치고는 너무 뻔뻔하게 대응하여 더 힘든 상황을 초래한것같습니다.

    앞으로 자동차 업계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유자원의 고갈도 있고 대체 에너지로 움직이는 성능 좋은 자동차라 빨리 나오고 상용화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석유회사나 자동차회사가 이를 간과하고 계속 해서 방만운영을 하다가는 하루아침에 망하는 불상사가 있을 것 같습니다.

  5. 변지석님의 지적에 많은 공감을 하며 좋은 포스팅에 감사 드립니다.

  6. 2009년에도 비슷한 자료가 있더군요 ㅎ

  7. mark씨는 자동차 업계 대표 중에 한분이 아니신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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