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에너지 회사가 주최한 전사적 위험관리체계(Risk Management System) 구축에 관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회사의 위험관리체계는 크게 두가지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Early Warning System으로 위험 요인들을 연료, 해외, 환경, 에너지, 환경, 재무, 국내 등의 분야별로 나누어 파악하고 각 위험 요인별로 KPI 지표를 설정해서 관리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연료 분야에는 유연탄 도입가격을, 해외 분야에는 해외 사업의 내부 수익률을, 재무 분야에는 외환 차손 등을 KPI로 설정해서, 각 KPI별로 목표 대비 실적을 비교해서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에 따라 Red, Yellow, Green으로 경영진에게 Warning을 주고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위험 관리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점검하는 위험요인 체크리스트였다. 이 체크리스트를 이용해서 각 분야별로 업무가 규정된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서 점수화하고 있었다.
회의에서 Risk Management System 구축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이 회사가 과연 이 Risk Management System을 통해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할,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들을 파악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회사의 Risk Management System은 통상적인 기존 업무를 관리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유연탄 도입 가격, 외환 차손, 내부수익율 등 대부분의 위험 요인 지표라는 것이 기존 통상적인 KPI들과 별로 다른 것 같지 않았다.
이미 파악되고 측정되고 관리되고 있으면, 더 이상 위험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위험이라는 것은 아직 파악되지 않아서 기업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직원들은 위험 요인이라고 느끼고 있지만 경영진에게 보고되지 않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런 것들이 진정한 위험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High Trust 조직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The Speed of Trust” 참조). 그런 뒤에 “가끔 직원들에게 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게 하라“에서도 지적했지만 가끔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망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도록 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직원들이나 협력업체, 그리고 고객들에게 회사의 위험 요인을 지적할 수 있는 crowdsourcing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Online Suggestion Boxes – MyStarbucksIdea” 참조).
무엇보다 효과적인 위험관리는 직원들이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위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위험은 시스템으로 관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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